69분 2002-07-19 금 시원하게 뻗은 강가 도로를 따라 소희(조은숙)의 차가 달린다. 도착한 곳은 한적한 강가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전원 주택. 소희는 섬유예술가인 윤서(이일화)의 집에서 조수로 일하게 된 것이다. 상냥한 웃음과 싹싹함으로 윤서를 대하는 소희. 윤서의 남편인 명훈(이기영)은 낯선 여자가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사실이 불편한 듯 싶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전시회 준비를 잘 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나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윤서부부에게도 아픈 상처가 있다. 윤서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수민이 1년 전 사고로 죽은 것이다. 명훈 역시 수민을 친딸처럼 생각하며 키워왔던 터라 이들 부부가 받은 상처는 너무도 컸다. 더군다나 윤서는 아직까지도 수민의 환영에 시달리며 몸마저 온전치 않은 상태. 가끔 윤서가 집안에서 두려운 인기척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잦아, 경찰에서도 까탈스러운 주민으로 넌더리를 낼 정도다. 명훈은 작고한 장인의 뜻에 따라 회사 주식을 매각하고 장학사업회를 발족시키는 일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발족 일을 수민의 기일에 맞추고자 하는 윤서의 바램이 있어서인지 유난히 신경을 쓰는 눈치이다. 한편 윤서의 친구인 미란(송민경)은 문병 차 윤서의 집을 찾고, 윤서는 싹싹하고 살림 솜씨도 야무진 소희를 칭찬한다. 미모의 소희를 보고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는 미란. 그러나 밝고 활발한 소희에게 크게 의지하는 윤서를 보고 찜찜해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또다시 수민의 환영에 시달리는 윤서. 이번에는 증세가 더 심해 사고 당시의 장면이 겹쳐지며 수민의 웃음소리, 피 묻은 곰인형 등에 기겁을 한다. 발작에 가까운 윤서의 행동에 지친 명훈은 진저리를 치고 둘은 심하게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