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분 2003-03-07 금 올해 49세로 지금 막 대기업 이사로 승진한 강민수(독고영재). 칭찬보다는 카리스마로 부하직원을 움직이고, 대화보다는 명령으로 가장 역할을 하는 민수는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유능하지만 감정표현이 있어서는 너무나 서툴다. 그러던 어느 날 민수는 문득 삶의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아침에 거울을 보면 한숨이 나고, 출근하기가 싫어지고, 회의시간에 딴 생각만 나고, 25층 사무실에서 아무 이유 없이 뛰어내리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까지 한다. 견디다 못한 민수는 심리 상담실을 찾아가고, 의사(명계남)로부터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는 처방을 받는다. 사랑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해본 게 언제일까? 처방을 들은 민수는 아득하기만 하다. 어쨌든 민수는 가족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먼저, 민수는 아들(노형욱)과 함께 목욕탕에 간다. 벌거벗은 상태에서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지만 대화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민수는 아들의 등에 시뻘건 상처만 남긴다. 그리고, 민수는 아내(양미경)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며 '당신을 고생만 시켰소'라는 감동적인 대사를 날린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남편의 다정한 태도에 민수의 아내는 '당신 암이죠?'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가족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남자. 그러나, 남편의 갑작스러운 자상함을 암이라고 오해하는 아내보다도 벌써부터 거리가 생긴 고등학생 아들보다도 수백 배는 더 어려운 강적이 있었으니, 바로 민수의 옹고집 아버지(김인문)이다. 30대 후반에 아내를 잃고 평생농사를 지으며 자식을 키워온 민수의 아버지는 감정표현 안 하기로는 민수보다 한수 위. 과연 민수는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